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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어디나 똑같으면 공멸...콘텐츠가 시장의 미래” [위기의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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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4-02-1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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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고객 잡기 나서는 전통시장
콘텐츠 차별 없으면 지속 어려워
지역 특성 살리고 문화 연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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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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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망원시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일단 시장에서 파는 먹을거리가 많아 근처 한강 공원에서 먹으며 놀기 좋았습니다. 시장을 걷다 보면 망리단길이 나오는데 아기자기한 소품샵부터 분위기 있는 맛집까지 다양합니다. ‘망원’만의 감성을 느끼기 딱 좋죠.”

차별된 ‘콘텐츠’가 없는 시장은 살아남기 어렵다. 전통시장이 낡고 옛스럽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최근 전통시장은 MZ세대 잡기에 적극적이다. ‘뉴트로(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 열풍이 이어지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젊은 고객이 늘고 있어서다.

BC카드에 따르면 전국 주요 전통시장 15곳의 매출지수는 2019년부터 매년 꾸준히 상승세다. 실제 지난해 결제금액과 방문 고객은 2019년 대비 각각 45%, 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MZ세대의 방문지수가 가장 눈에 띄게 증가한 곳은 충남 예산시장이었다. 서울 신당시장, 서울 망원시장, 강원 강릉 중앙시장, 제주 동문시장도 2019년 대비 2023년 MZ세대 매출이 늘었다.

방문객이 늘어난 시장들은 전체적으로 특성이 두드러졌다. 예산시장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뉴트로 콘셉트로 재탄생했다. 서울 신당시장은 당일 튀겨낸 어묵과 하이볼을 파는 이자카야를 비롯해 젊은 감성의 식당들이 가득하다. 서울 경동시장에는 경동극장을 새롭게 꾸민 스타벅스가 명소로 입소문을 탔다. 제주 동문시장에는 귤, 흑돼지, 땅콩아이스크림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파는 맛집들이 많다.

시장이 가진 차별된 콘텐츠의 경쟁력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3 관광트렌드 전망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로컬관광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58.8%로 과반을 넘었다. 이들은 현지 먹거리와 지역 고유 콘텐츠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이런 관심도가 컸다. X세대의 62.1%, Z세대의 62.9%, 영밀레니얼세대의 59.8%가 이처럼 응답했다.

대학생 민하윤(25) 씨는 “서울 남대문시장과 경동시장에 가봤는데 두 곳 모두 시장 분위기가 뚜렷하게 구분돼 좋았다”며 “특히 남대문시장은 다양한 길거리 음식과 물건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이 많아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반면 경동시장은 식자재를 사러 온 어르신들이나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젊은 층이 뒤섞여 더 실생활에 가까운 시장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특성화된 전통시장이 아닌 일반적인 시장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직장인 이하람(29) 씨는 “집 근처에 시장에 있지만, 한번 가본 뒤로 다시 방문한 적은 없다”며 “호떡이나 떡볶이 같은 시장 음식은 길거리에서도 먹을 수 있어 굳이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직장인 서혜원(25) 씨도 “제주 먹거리가 많은 동문시장처럼 그 지역만의 특징이 드러나는 시장을 선호한다”며 “전통시장이 아니어도 먹을거리, 볼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아 새롭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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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첼시마켓 [한국관광공사 제공]

지역의 특성과 다른 곳에는 없는 콘텐츠로 성공한 해외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장의 분위기부터 파는 음식과 물건, 공간 등 다양한 요소들이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때문이다.

미국 첼시마켓은 1997년 4월 문을 연 뉴욕의 재래시장이다. 오레오 과자를 생산하는 나비스코 과자 공장을 개조해 만든 식료품 시장이다. 철골이 그대로 드러난 천장과 배관, 벽돌, 파이프 등 과자 공장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첼시마켓만의 빈티지하면서도 독특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시장 안에 있는 점포들은 역사, 로고, 취급 상품에 맞춰 꾸며져 있다. 뉴욕 시민을 포함해 연간 600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는 관광명소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전 세계 각지의 유명 시장들도 개성 넘치는 콘텐츠를 갖고 있다. 영국 ‘캠든 시장’은 펑크족의 발상지로 독특한 의류·패션 제품이 유명하다. 독일 ‘빅투알리엔 시장’은 맥주를 즐겨 마시는 독일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거대한 ‘비어 가든’이 있다. 호주 ‘퀸 빅토리아 시장’은 1878년 개장 당시의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재래식 매대를 사용하는 등 역사와 전통을 강조한다.

전문가들도 국내 전통시장의 정체성을 드러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전통시장은 문화 콘텐츠를 구현하는 깊이나 규모가 부족해 다른 시장과 차별화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스페인 같은 해외 국가의 시장을 보면 해당 지역의 오랜 전통이나 역사, 문화와 연결돼 드러나는 특화된 모습이 있다”며 “너무 동떨어진 콘셉트의 시장보다 그 지역과 연결고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매력적인 콘텐츠로 인식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전새날·김희량기자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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