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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가 걱정인 부산진구 구민이라면 “오세요, 진구네 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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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10-2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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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진구의 진구네 곳간 모습. 부산진구청 제공
부산 부산진구의 진구네 곳간 모습. 부산진구청 제공

‘굶지 마세요, (부산)진구네 곳간’.

지난 21일 오후에 찾아간 부산 부산진구 부전1동주민센터 사무실 입구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주변을 살피니 먹을거리와 생필품이 쌓여 있는 네칸짜리 작은 선반이 눈에 띄었다. 진열대에 놓인 즉석밥, 통조림, 3분카레 등에는 1000원이라는 손으로 쓴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즉석 미역국·육개장은 2000원, 라면 5개들이 한묶음은 3000원이다. 내부를 둘러보며 서성이자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어떻게 오셨어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김태욱 복지사무장이었다.

김 사무장은 “형편이 어려운 주민이 당장의 어려움을 넘기는 데 작은 도움을 주려고 마련한 공간”이라며 “올해 1월부터 330여명의 부산진구 주민이 이곳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진구네 곳간에선 복잡한 절차 없이 신청서 등 몇가지만 적어 내면 일정 금액만큼 생필품을 공짜로 가져갈 수 있다. 가격표는 돈을 내고 가져가라는 뜻이 아니라, 지정된 금액 한도 안에서 필요한 물품을 골라 가져갈 수 있도록 ‘계산상 편의’를 위해 임의로 붙여놓은 것이다.

진구네 곳간은 지난해 4월12일 부산진구가 양정동에 있는 푸드마켓 등 3곳에서 시작한 사회복지서비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실직·폐업 등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을 돕기 위해 마련했다. 구민이면 누구나 2만원 한도 안에서 식료품과 생필품을 받아갈 수 있다.

진구네 곳간의 가장 큰 특징은 소득 증빙 등 특별한 신청 절차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신청서와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를 작성하면 구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두번째 이용할 때부터는 사회복지사와 반드시 상담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록 여부, 주거·건강 상황 등을 파악해 공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1동주민센터에 있는 진구네 곳간 모습. 부전1동주민센터 제공
부산 부산진구 부전1동주민센터에 있는 진구네 곳간 모습. 부전1동주민센터 제공

곳간에 있는 생필품 등은 지역사회 후원으로 마련된다. 전통시장 상인회가 나눔 활동으로 반찬을 제공하고, 지역의 어린이집과 중소기업 등에선 매달 일정 금액을 정기 후원한다. 일부 시민은 사비로 생필품을 사서 구청이나 주민센터에 직접 전달하기도 하고, 지역 자원봉사센터에 등록해 곳간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방법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호응이 늘면서 지난해 3곳으로 시작한 진구네 곳간은 지난달 18곳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이곳을 이용한 주민은 6126명이다. 이용자 상담 등을 통해 소득분위 최하위계층에 속하지 않아 복지 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큰 973가구를 발굴해 공적 지원, 한시적 생계 지원, 사례 관리 등 공적 복지 서비스와 연계했다.

부산진구 가야동에 혼자 사는 60대 박아무개씨는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주변 이웃의 도움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길가에 내놓은 배달 그릇을 뒤져 남은 음식물로 배고픔을 해결했다. 지난 5월 이웃 손에 이끌려 주민센터에 들른 박씨는 진구네 곳간에서 생필품을 지원받았고, 다음달에도 곳간을 이용했다. 사회복지사와의 상담을 통해 박씨는 지난 7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될 수 있었다. 부산진구는 박씨를 ‘사례 관리 대상자’로 선정해 지속적인 돌봄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전포동에서 혼자 사는 50대 김아무개씨도 주민센터에 서류를 떼러 왔다가 우연히 진구네 곳간을 알게 된 경우다. 암 수술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던 그는 진구네 곳간에서 생필품을 받아간 뒤 두번째 이용 때 사회복지사와의 상담을 거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등록할 수 있었다.

진구네 곳간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에게 긴요한 생활 버팀목 구실을 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지난해 10월에는 강원 춘천시에서 진구네 곳간을 벤치마킹하려고 찾아오기도 했다. 박희옥 부산진구 희망복지과 융합서비스계장은 “지금까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구민에게 곳간이 직접 생필품 지원을 해준다는 개념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곳간을 통해 이들의 위기 상황 해소와 2차 지원 연계에 더욱 힘을 기울이려고 한다. 개인 맞춤형 복지서비스 시행 등으로 조금 더 촘촘한 복지안전망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